"그는 녹색 불빛을 향해 팔을 뻗었다.” 이 한 줄의 문장이 전하는 여운은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2013년 개봉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1920년대 미국의 재즈 시대, 그 화려함과 공허함을 오롯이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도, 단순한 비극도 아니다. 인간 내면의 꿈, 집착, 그리고 허무까지 아우르는 시대의 초상이다.
1. 줄거리 – “과거는 다시 되돌릴 수 있어”라고 믿은 한 남자의 이야기
1922년 여름, 젊은 작가 지망생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는 월스트리트의 주식 중개업에 입문하기 위해 뉴욕으로 이사 온다. 그는 롱아일랜드의 웨스트 에그 지역, 허름하지만 조용한 작은 집을 임대하게 되는데, 그의 옆집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대저택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는 매일같이 성대한 파티가 벌어진다. 뉴욕의 부호들, 유명인들,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환락의 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주최하는 집주인 제이 개츠비(Jay Gatsby)는 누구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느 날, 닉은 그의 사촌인 데이지 뷰캐넌(Daisy Buchanan)과 그녀의 남편 톰 뷰캐넌(Tom Buchanan)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그들은 이스트 에그, 즉 구세대 상류층 지역에 살고 있으며, 데이지는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어딘가 공허한 느낌을 풍긴다. 톰은 거만하고 보수적인 인물로, 아내 몰래 불륜까지 일삼고 있다. 닉은 이들 부부의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감지하고, 동시에 데이지의 말투와 미소에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어느 날 닉은 뜻밖의 초대를 받는다. 바로 개츠비의 저택에서 열린 파티다. 그는 이 초대를 계기로 드디어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의외로 젠틀하고 예의바른, 그러나 어딘가 그늘이 있는 인물. 그리고 닉은 점차 개츠비가 이 모든 파티와 부, 그리고 저택을 통해 한 사람만을 기다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람이 바로, 닉의 사촌 데이지다. 과거, 개츠비와 데이지는 뜨거운 사랑을 나눈 사이였다. 그러나 당시 개츠비는 가난했고, 전쟁에 참전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멀어졌다. 데이지는 결국 부유한 톰과 결혼한다. 하지만 개츠비는 데이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부자가 되어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지금의 신분과 저택을 만들어냈다. 개츠비는 닉에게 부탁한다. 데이지를 그의 집으로 초대해달라고.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하게 되고, 개츠비는 과거의 사랑이 되살아났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톰은 데이지가 개츠비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분노한다. 결국 네 사람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감정을 폭발시키게 되고, 데이지는 개츠비와의 과거를 완전히 부정해버린다. 그녀는 “나는 그때 너를 사랑하지 않았어.”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선다. 개츠비는 끝까지 믿으려 한다. 데이지는 톰을 떠나 자신과 함께할 거라고. 그러나 데이지는 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개츠비는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밤새 저택 앞에서 기다린다. 그날 밤, 톰의 정부였던 머틀이 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문제는, 그 차를 몰았던 사람이 데이지였고, 차량은 개츠비의 것이다. 톰은 이 사실을 알고도 진실을 숨긴 채, 머틀의 남편에게 개츠비가 운전자라고 거짓 정보를 흘린다. 결국 머틀의 남편은 복수를 위해 개츠비의 저택으로 찾아와 그를 총으로 쏘고, 개츠비는 자신이 지켜낸 사랑 앞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다.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성대한 파티에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고, 닉만이 남아 조용히 개츠비의 죽음을 애도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회상하는 닉은 마침내 깨닫는다. 개츠비는 허상이 아닌, 오히려 가장 진실한 꿈을 꾸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2. 인물 분석 – 이상과 현실,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
*개츠비- 개츠비는 단순한 백만장자가 아니다. 그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었던 남자다. 돈과 명예, 저택과 파티—all of them were for Daisy. 그러나 그가 꿈꾸던 데이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개츠비는 과거를 이상화했지만, 그 이상은 현실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순수한 이상주의자였고, 동시에 비극적인 낭만주의자였다.
*데이지- 데이지는 세련되고 부유하지만, 공허하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지만 불안정한 삶은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개츠비에게 보여준 감정은 진심이었지만, 끝까지 책임질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 결국 안락함과 안정감을 택했다.
*닉- 닉은 이 모든 인물들의 거울이자 관찰자다. 그는 개츠비를 통해 순수함을 보았고, 데이지와 톰을 통해 현실의 위선을 목격했다. 끝내 그는 뉴욕을 떠나며, 개츠비의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
3. 시각과 음악 – 화려한 껍데기, 쓸쓸한 본질
바즈 루어만 감독 특유의 화려한 미장센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휘황찬란한 조명, 과장된 색감, 빈티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이 어우러진 의상들, 그리고 그 속에서 울려 퍼지는 비욘세, 제이지, 라나 델 레이의 음악들. 시대 배경은 1920년대지만, 음악은 철저히 현대적이다. 이는 시간의 혼재성을 보여주며, 개츠비의 꿈 역시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을 넘나든다는 점을 암시한다.
4. 감상평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그 꿈은 현실을 이길 수 있는가?
개츠비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동시에 찬란하다. 그는 세상이 비웃던 꿈을 끝까지 품었고, 가장 순수하게 사랑했다. 반면, 현실을 택한 사람들은 살아남았지만 무언가 본질적인 것을 잃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욕망, 집착, 사회적 위선, 그리고 진정한 이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과거를 따라 끊임없이 밀려가는 배처럼.”
닉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장이 아닐까. 과거는 지나갔고, 이상은 현실에 부서졌지만, 그 꿈은 여전히 찬란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 찬란한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저 멀리 보이는 녹색 불빛을 향해 팔을 뻗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