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진짜 소년이 되는 날, 엄마는 다시 사랑해 줄까?"
이 한 문장이 바로 《AI: 인공지능》이라는 영화의 정수를 관통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완성하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단순한 SF가 아닙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성, 사랑, 감정, 존재의 의미를 끝없이 되묻는 철학적인 여정이죠. 21세기의 초입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기술보다 마음을, 과학보다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오늘날 ChatGPT나 로봇, AI 기술이 일상화된 지금, 다시 보는 이 영화는 더욱 섬뜩하고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1.줄거리
21세기 후반, 인류는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많은 도시가 물에 잠기고, 식량과 자원 부족으로 인해 인구 제한이 실시됩니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감정을 흉내 낼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 ‘메카(Mecha)’가 널리 사용됩니다. 이런 시대에‘사이버트로닉스’ 라는 회사는 감정을 느끼고, 인간을 사랑 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새로운 유형의 아동 로봇 데이빗(David)을 개발합니다. 그는 단순히 인간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사랑' 이라는 감정을 영구적으로 주입받을 수 있는 최초의 AI입니다. 데이빗은 실험적 으로 헨리와 모니카 부부에게 맡겨집니다. 그들의 아들 마틴은 불치병에 걸려 냉동 보존 상태에 있었고, 아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모니카는 점차 데이빗과 유대감을 쌓기 시작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모니카는 데이빗에게 ‘사랑 각인 코드(Imprint Protocol)’를 활성화시켜, 데이빗은 모니카를 진짜 엄마로 인식하고, 깊은 애착과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 데이빗은 마치 진짜 아들처럼 엄마를 따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기적적으로 마틴이 병을 이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인간 소년과 로봇 소년 사이의 묘한 경쟁이 시작되고, 마틴은 점차 데이빗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특히 데이빗이 사랑받기 위해 점점 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면서, 가족은 혼란에 빠집니다. 어느 날, 데이빗이 마틴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자, 모니카는 결국 마음 아픈 결정을 내립니다. 데이빗을 정식으로 폐기하기 위해 회사에 보내는 대신, 숲 속 깊은 곳에 데이빗을 데려가 홀로 버립니다. 눈물로 엄마를 외치며 사라지는 데이빗의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찢어놓습니다. 혼자가 된 데이빗은 유일한 친구인 테디(Teddy)라는 로봇 곰 인형과 함께 방황합니다. 그러던 중, 여성들을 위한 서비스 로봇이자 도망자 신세인 조(Gigolo Joe)를 만나 함께 다니게 됩니다. 두 로봇 은 인간들이 ‘고장 난 로봇’을 분해하고 학살하는 "플레시 페어(Flesh Fair)"라는 쇼에서 붙잡혀 공개 처형당할 위기에 처합니다. 데이빗이 인간처럼 울고, 살려 달라 외치자 관객들이 그를 진짜 소년으로 착각해 감동하고, 그는 간신히 살아 남습니다. 이후 데이빗은 어릴 적 엄마가 읽어준 동화 속 “피노키오” 이야기를 떠올리며, 블루 페어리(Blue Fairy)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는 "진짜 소년" 이 되기만 하면 엄마가 다시 자신을 사랑 해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데이빗과 조는 정보 도시 ‘루즈 시티(Rouge City)’를 거쳐, 침몰한 뉴욕 맨하탄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데이빗은 자신이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데이빗 모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즉, 그는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진 대량 생산된 상품이었던 것이죠. 충격을 받은 데이빗은 자살을 시도하듯 바다로 몸을 던지지만, 그 바닷속에서 기적처럼 ‘블루 페어리’의 조각상을 발견합니다. 그는 그것이 진짜 블루 페어리라고 믿고, 진짜 소년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천 년을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인류는 멸망하고, 지구에는 고도로 진화한 인공지능 생명체들만이 존재하게 됩니다. 이들은 과거의 인간을 연구하며, 깊은 감정을 가진 데이빗을 깨워냅니다. 데이빗의 기억 속에서 인간의 삶을 복원하던 그들은 그의 간절한 소원을 알아채고, 과거의 유전자 흔적을 복원해 단 하루 동안 그의 엄마 모니카를 되살립니다. 비록 24시간 뿐이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데이빗은 그 하루 동안 진짜 소년처럼 엄마의 사랑을 받고, 함께 잠들고, 아침이 다시 오지 않는 꿈처럼 "영원한 사랑의 기억" 속에서 눈을 감습니다.
2. 등장인물 및 배우
* 데이빗 (David) – 할리 조엘 오스먼트 (Haley Joel Osment)
《식스 센스》의 아역 배우로 잘 알려진 그는 인간보다 더 순수하고,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 소년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해냈습니다.
* 조 (Gigolo Joe) – 주드 로 (Jude Law)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섹스 로봇이지만, 그의 말투, 동작, 눈빛 하나하나에는 외로움과 자의식이 묻어납니다.
* 모니카 (Monica) – 프란시스 오코너 (Frances O’Connor)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데이빗의 욕망이 향하는 대상. 그녀의 복합적인 감정 변화가 영화의 중심축입니다.
3.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
데이빗은 기계입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는 인간보다 더 인간답습니다. 기쁨, 슬픔, 공포, 집착, 사랑. 그 모든 감정을 ‘코드’가 아니라 ‘진심’으로 느끼는 존재처럼 보이죠. 반면 인간들은 냉혹하고 계산적이며 잔인하게 로봇을 폐기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질문합니다.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인간인가, 아니면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가?"
4. 사랑은 프로그래밍이 될 수 있을까?
데이빗은 엄마를 조건 없이 사랑합니다. 그러나 이 사랑은 명령에 의해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사랑은 진짜일까요? 아니면 복잡한 알고리즘의 산물일까요?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데이빗의 사랑은 더 인간적이기도 합니다.
4. AI 시대의 "A.I"
2025년 현재,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갑니다. 챗봇, 로봇 청소기,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 연인… 인간을 모방하는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시대 입니다. "AI: 인공지능"는 2001년에 그 미래를 예견했고,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보다 더 빠르게 도래하고 있죠.
하지만 이 영화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건, 기술이 아닙니다. 인간의 감정, 고독, 그리고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테마입니다. 그것은 AI도 흉내 낼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영역.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요?